Day 1 : 114 kg, 첫 생존의 기록
아침 — 연료를 아끼는 기술
그날의 나는 114 kg이었다.
그 무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, 나를 구성하던 세계의 밀도였다.
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. 한 층을 오르는 것도 전투처럼 느껴졌다.
냉장고 안엔 늘 같은 풍경이 있었다.
위트빅스 1조각 또는 오트밀 2~3스푼
저지방 우유 180 ml + 구운 계란 1개 + 사과 반 개
위트빅스 : 269 kcal / 단백질 15 g
오트밀 : 280 kcal / 단백질 16 g
그건 식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 연료였다.
사과의 산미가 입안에 닿는 순간 눈이 떠졌고,
우유의 단백질이 목을 지나갈 때, 심장이 미세하게 다시 박동을 찾았다.
그때의 나는 믿었다.
이 정도면, 오늘도 살 수 있을 거야.
출근길 — 유산소는 전장이다
헬스장 대신 내가 밟은 건 도로였다.
아침 3 km를 걷고, 저녁에 다시 3 km를 걸었다.
왕복 6 km의 길엔 언덕이 있었고, 그 언덕이 내 교관이었다.
114 kg의 몸으로 걷는다는 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.
땅은 발자국마다 미세하게 울렸고,
통증은 고통이 아니라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.
걷기 6 km : 약 420 kcal
기초대사량(114 kg 기준) : 약 2,200 kcal
총 소모 : 약 2,620 kcal
섭취 : 약 960 kcal
하루 적자 : 약 −1,660 kcal
그날 밤, 거울 속 몸은 변하지 않았지만
표정은 달라져 있었다.
살자.
그 한마디가, 내 모든 계산보다 더 큰 의미였다.
점심 — 보급의 시간
단백질 파우더 40 g + 우유 300 ml + 계란 2개 + 바나나 1개
총 460 kcal / 단백질 55 g
그건 맛이 아니라 명령이었다.
하루의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작은 의식.
쉐이커 속에서 단백질이 섞이는 소리가
그날 내 호흡의 박자였다.
단백질은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,
정신을 붙잡는 연료다.
저녁 식사 — 복구의 명령
닭가슴살 100 g, 브로콜리 2송이, 방울토마토 8알, 당근 7 cm, 아보카도유 5 g
총 227 kcal / 단백질 26 g
그 한 접시는 화려하지 않았다.
하지만 먹는 행위 자체가 복구였다.
포만감 대신 찾아온 건 묘한 고요였다.
배고픔은 불만이 아니라,
아직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였다.
저녁 — 5세트 논스톱 루틴
집 안은 조용했다.
벽시계 초침이 들릴 만큼의 밤.
그 시간부터가 나의 훈련장이었다.
버피는 없었다.
무릎이 버티질 않았으니까.
대신 남은 전신으로 나를 밀어붙였다.
1세트 구성 (11종 / 버피 제외 버전)
크런치 15회 (3초 정지)
레그 레이즈 15회 (천천히 내림, 3초 정지)
사이드 크런치 15회 (좌우 1~2초 정지)
힙브릿지 15회 (5초 정지)
스쿼트 15회 (일반형)
푸쉬업 10회
가슴 모으기 15회
이두 컬 10회
삼두 운동 12회
플랭크 35초
버드독 좌우 10회
5세트 논스톱, 휴식 0초.
세트 1 — 몸이 거부했다.
세트 2 — 호흡이 깨졌다.
세트 3 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.
세트 4 — 머릿속이 비워졌다.
세트 5 — 남은 건 의지뿐이었다.
숨이 턱까지 차올라 시야가 흐려질 무렵,
플랭크가 끝났고 나는 조용히 눕는다.
세트당 130~150 kcal × 5세트 = 약 700 kcal
운동시간 : 약 40분 (휴식 없음)
그때의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.
몸이 움직이면 그게 전부였다.
총합 에너지 밸런스
식단 : 960 kcal
걷기 : 420 kcal
전투민족 루틴(5세트) : 700 kcal
기초대사량 : 2,200 kcal
총 소모량 : 약 3,320 kcal
하루 적자 : 약 −2,360 kcal
몸은 비명을 질렀지만,
정신은 조용했다.
심장이 천천히 뛰고 있었다.
그 리듬 안에서 나는 확신했다.
살고 있다.
분명히 살아 있다.
결론 — 생존의 정의
이건 다이어트가 아니었다.
살기 위한 루틴, 존재를 유지하는 의식,
그리고 스스로를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이었다.
114 kg의 몸으로 하루 3,000 kcal를 태워내며
960 kcal로 버티던 시간.
그때의 나는 버틴 게 아니라,
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.
생존은 몸이 아니라,
의식으로 하는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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